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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돈이 다리미다"라는 대사가 유독 서늘하게 다가오는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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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돈이 다리미다"라는 대사가 유독 서늘하게 다가오는 EU

보통 계급 갈등이나 빈부격차를 다룬 작품을 보면 익숙한 공식이 먼저 떠오릅니다. "탐욕스럽고 악랄한 부자 vs 선량하고 억울하게 고통받는 서민" 같은 전형적인 이분법적 구도입니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을 다시 감상해 보면,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상투적인 클리셰를 완전히 해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중 박 사장 가족을 보면 갑질이나 폭력을 일삼는 악덕 자본가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세련된 매너를 갖추었고, 선을 넘지 않는 관계를 미덕으로 여기며, 타인에게 정중하고 온화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반면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기택(송강호)일가나 지하 벙커의 근세(박명훈) 부부는 어떤가요? 사기와 사문서 위조를 서슴지 않고, 같은 빈곤층끼리 생존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멱살을 잡고 피비린내 나는 아귀다툼을 벌입니다. 이 기이하고도 서늘한 파국 속에서 가장 깊은 통찰을 던지는 대사가 바로 충숙(장혜진)의 한마디입니다. 기택이 "부자인데 참 착해"라고 감탄하자, 충숙은 즉각 이렇게 쏘아붙입니다. "돈이 다리미라 구김살을 쫙 펴줘. 나도 돈 많으면 이보다 더 착하지!" 단순히 씁쓸한 자조 섞인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 한 문장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갈파했던 '르상티망(Ressentiment, 원한 감정)'과 '가치 전복'의 교과서적인 작동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약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강자의 성취나 탁월함에 도달할 수 없을 때, 현실을 바꾸는 대신 택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바로 '정신 승리'입니다. 1.부자의 여유와 친절은 "돈으로 산 위선"으로 깎아내립니다. 2.자신들의 비열하고 거친 태도는 "가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정당한 방어"로 합리화합니다. 상대의 미덕을 격하시킴으로써 자신의 도덕적 흠결을 면책받으려는 전형적인 '노예 도덕'의 발로인 셈입니다. 더욱 서늘한 것은 지하 벙커에 숨어 사는 근세의 태도입니다. 그는 박 사장을 향해 생존의 은신처를 제공해 주는 신(神)이라도 되는 양 매일 머리를 박으며 "리스펙트!"를 연발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똑같이 대만 카스텔라 사업 실패로 나락에 떨어진 기택 일가를 마주했을 때, 어떠한 연대감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절한 증오와 살의를 드러내며 약자 간의 수평적 폭력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결국 마지막 마당 파티에서의 비극적인 살인 역시 거창한 계급 혁명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피 흘리는 딸에 대한 부성애라기보다는, 코를 쥐고 자기를 냄새나는 벌레 보듯 피하는 성공자의 경멸 앞에서 억눌려 있던 무력감과 통제 불능의 원한이 폭발한 맹목적인 파괴였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남긴 진짜 비극은 자본의 결핍 그 자체보다도, 스스로의 결핍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한 채 남 탓과 원한으로 도덕적 우월감을 챙기려다 스스로 파멸해 버린 인간 군상의 내면적 붕괴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화 속 수직적 공간 메타포와 '냄새'의 의미, 그리고 슘페터와 파레토의 자본주의적 통찰까지 함께 엮어 정리해 둔 심층 칼럼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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